#커브 #단편 #영화 #몰입도 #높은영화
한 여자가 깊은 잠에서 깨어 납니다

힘겹게 몸을 움직이던 여자는 신체에 불편함을 느꼈고
이내 자신이 아주 위험한 장소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가파르게 경사가 져 있는 알 수 없는 건축물과
발 밑으로는 끝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낭떠러지

주변을 둘러보는 여자는
근처 어디에도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아주 소름돋는
정체불명의 소리
여자는 우선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교묘하게 깎아진 각도의 경사면과 미끌거리는 재질
그리고 발 디딜 곳이 하나도 없는
이 완벽한 함정에서 자세를 바꾸는 것 조차 싶지 않았죠
손을 벽에 대고 몸만
살짝 움직여도 금방 몸이 밑으로 쓸려 내려갔습니다

여자는 생각했죠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입니다
그 생각을 했을 때
여자는 자신의 오른쪽 손에서 아주 큰 고통을 느끼고
자신의 손은 살피는데
오른손은 아주 심하게 상처가 나는 상황
하지만 여자는 고통을 참고
양손으로 까칠까칠한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서 봅니다
손바닥 상처는 더 커져가고 살은 찢어지고 있었지만
여자는 꾹 참고 손에 힘을 주고
몸의 균형을 맞추어 일어서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정말 불편하게 설계된 이 구조물은
그걸 순순히 허락하지 않았죠
그렇게 여자가 계속 도전을 반복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추락하는 비명소리들이 들리면
건너편에 벽들에 피가 묻은 손바닥
자국들이 점점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떨어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흔적인 걸까요
시간이 그리고 여자는 탈출 하지 못한채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곰곰히 생각해 잠깁니다
그녀는 잠시 동안 고민을 한 후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손에 감고
마치 사슬체인처럼 이용해서
벽을 짚는 접촉면을 거칠게 만들어 마찰력을 키웠죠
그녀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여자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도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영화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차가운 구조물을 보여 주죠
정말 근래 본 단편영화 중에 가장 인상깊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제 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비롯 수많은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시체스영화제 에서 최우수 단편선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러닝타임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영화와 영상미와 음향이 주는 그 묵직함만으로
보통 영화 러닝타임 만큼의 긴장감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엔 주인공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이는 그녀가 밑으로 떨어졌을 수도
혹은 위로 탈출 했을 수도 있다는 이중적 의미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열린 결말 인데요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내 발 밑에 지구가 입을 벌리고
날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았어..
하루종일 추락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였어"
라는 말을 인용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제가 겪었던 정말 힘들었던 시설과 현재
방황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막막함과 암울함을 앞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많이 공감이 됐거든요
밑을 보면 너무나 어둡고 무서운 나락이 있지만
다시 올라서기는 또 어렵죠
포기하고 힘을 풀어버리는 순간 밑으로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도전 하지 않고 포기해버린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 하겠죠
손이 까지고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힘이 닿는 곳까지 발버둥 쳐봐야 한다는 의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단편영화 '커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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